과수화상병은 1794년 미국에서 최초 보고 이후, 감염 묘목에 의해 세계적으로 전파돼 지금까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38개국, 미국 등 미주 4개국, 아프리카 4개국, 아시아 8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병원체의 확산을 초기에 저지하기 위한 정확한 정밀 진단법이 점차 강하게 요구됐고 지난 20여 년간 세계 각국은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해 정밀 진단법을 개발 및 개선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과 같은 농업선진국에서도 과수화상병은 연간 약 1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만큼 국가적 문제의 세균병이자 감당하기 힘든 불치병으로 인식돼 왔다. 

◆병원균 급속 확산으로 국가 재정 부담 증가! 과수 산업 위기!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보고된 이래로 매년 갈대밭에 불번지듯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 결과 농가 보상금 지급액은 112억원(2015∼2017)에서 1,261억원(2018∼2020)으로 10배 증가했고 발생 농가수는 71농가(2015∼2017)에서 999농가(2018∼2020)로 14배, 발생 면적 79ha(2015∼2017)에서 573ha(2018∼2020)로 7배 증가했다. 특히 과수화상병 발생 최고점을 찍었던 2020년 6월을 기점으로 그 해 국회감사에서는 과수화상병에 대한 개선대책 및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국제적으로 EPPO(European and Mediterranean Plant Protection Organization)에서 사용 중인 과수화상병 진단 방법은 conventional PCR 또는 real-time PCR 2가지를 사용하고 있지만, 과수화상병과 병증이 매우 유사한 가지검은마름병을 구분 진단하지 못하고 확진 판정을 위해 검체대상의 핵산(DNA)을 일일이 분리해야 해서 대발생 시 많은 시료처리 시간 및 인력과 적시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 

◆세계 최초 및 최고 정밀도의 감도를 갖춘 진단 기술 개발 
‘문제의 해답은 항상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이 있듯, 위 문제의 해답은 국제적으로 공유된 다양한 국가의 과수화상병 유전체 정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유전체는 영어로 게놈(genome)으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여러 개의 유전자가 덩이로 돼있는 것이다. 결국 게놈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물질 전체를 말한다. 과거에는 이 유전체 정보를 얻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오랜 연구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많은 유전체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에 따라 유전체 해독 기술 자체보다는 해독된 정보를 통해 원하는 해답을 받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해졌다. 2020년 기준 과수화상병 정밀 진단기술 신속개발을 위해 사용된 유전체 정보는 130건(2023년 4월 현재는 247건), 가지검은마름병원균 3건(현재 9건)으로 이들 정보는 미국생명공학정보센터(Natioan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uon, NCBI)에서 등록 및 관리되고 있는 표준화된 정보다. 만약 이러한 표준 정보가 없었다면 신속한 개발 및 대응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 유전체 정보 덕분에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원균과 가지검은마름병원균 각각에만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과 이 두 가지의 병원균을 구분 진단 방법을 개발해냈다. 아울러 기존 병원균 분리배양 후 DNA를 분리 검사하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검체로부터 즉시 검사하는 방법도 가능하게 했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화상병 초정밀 진단기술은 사람으로 치면 코로나19(COVID-19) PCR 검사법과 유사하다. 과거 과수화상병 감염여부를 판정하기까지 최소 3~5일이 걸렸다면, 해당 기술은 1.5시간 이내에 진단할 수 있어 신속대응이 보다 용이해졌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병증이 나타나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증상이 없어도 과수화상병원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병증이 보이지 않더라도 손톱만큼 자그마한 시료에 최소 10~100마리만 있어도 1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PCR 또는 real-time PCR 2가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 방법들은 과수화상병과 병증이 매우 유사한 가지검은마름병을 효과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분석 대상 검체의 핵산(DNA)을 하나하나 분리해야 해서 효율성이 낮다.   

◆과수화상병 진단 기술로 피해농가, 피해 면적 줄이고 보상금 절감 
 위 알고리즘 및 병원균 구분 진단법의 개발 결과, 농가 보상금 최고치를 기록한 2020년 상황을 비교해 보면 피해 농가(744→618개), 피해 면적(394.4→288.9ha), 보상금(728→484억원) 등 3개 항목의 뚜렷한 감소세가 나타는 성과와 함께 2022년 및 2023년에 미국식물병리학회(The American Phytopathological Society)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인 “Plant Disease”와 “PhytoFrontiers”에 각각 게재됐다. 이 기술은 또한 기업체에 기술 이전, 키트로도 개발돼 보급되고 있으며 제품의 특징은 1회 반응으로 DNA 추출 없이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 감염을 동시에 1.5 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 및 병원균 밀도 측정이 확인 가능한 제품이다. 검출률은 1x1cm 크기의 시료에 존재하는 과수화상병원균 및 가지검은마름병원균 각각을 최저 10-100마리까지 검출할 수 있는 키트로서 개발된 제품으로 현재 초정밀진단법으로 채택돼 현장 예찰 및 진단에 사용 중이다. 

◆연구진의 소감
 과수화상병 발생 최고점을 찍었던 2020년 6월 초,  과수화상병 초정밀 진단을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둘러 진행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던 일이 회상된다.  국가적 난치성 작물병 발생 위기는 언젠가는 또 올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이번 경험을 통해 세균병 정밀 진단용 유전자를 신속히 발굴 해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박동석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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