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세 농업연구사

김치는 살아있는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유익하며, 2015년 미국 건강전문지 헬스지에 렌틸콩, 올리브유, 낫토, 그릭요거트와 함께 5대 슈퍼푸드로 선정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김치 유산균은 저장이나 유통 중에도 계속적으로 증식하며 유산을 분비해 김치를 시어지게 하는데, 신김치를 잘 드시지 못하는 어르신이나 외국인을 위해 천천히 발효되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으며, 몸에 좋은 유산균이 많은 상태로 신김치가 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물리적인 저장 기술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미주지역이나 유럽으로 선박 수출 시 23~40일이 소요되어 판매 시점에 따라 신맛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김치 발효지연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멸균되어 살아있는 유산균이 없는 중국의 파오차이와 완전히 다른 식품인 대한민국 김치의 종주국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유산균은 유지하며 신김치가 되는 것을 지연하는 저장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세계 최초 직냉식 냉장고를 이용한 과냉각 저장 기술 개발
액체가 어는점 이하에서 얼지 않는 현상을 물리학에서 과냉각(supercooling)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어는점 이하의 온도에서 얼지 않고 저장할 경우 김치 등 식품의 저장기간을 연장 할 수 있다. 하지만, 과냉각 상태에서 온도진동이 크게 생길 경우 얼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항온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항온냉장고는 냉장고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냉동기와 히터를 같이 사용해 온도 조절된 기체나 액체를 순환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공기순환식 김치냉장고의 전기 사용량은 20~31kWh/월(한국소비자원 국산 김치냉장고 300L급 4개 제품 비교 참고)정도로 열전도를 이용한 직접냉각방식 냉장고에 비해 높은 편이다. 본 연구에서는 직접냉각방식(직냉식) 다목적 냉장고 내부에 전도체를 배치해 온도진동을 크게 완화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전기 사용량도 16kWh/월(측정값 15.1kWh/월 대비 보수적으로 설정)로 공기순환방식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높았다. 온도진동은 기술을 적용하기 전의 5℃ 편차에서 기술 적용 후 0.3℃ 이내 편차로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직냉식 과냉각 냉장고의 설정온도를 ?2.5℃로 해 국내 대기업 상품김치를 저장할 경우 1℃에서 저장했을 경우 대비 산도 0.6%의 잘익은 상태에 도달하는 기간을 3주에서 12주로 3배 연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미국의 식품 학술지인 Journal of Food Science에 2021년 3월 게재됐다. 

▲전도체의 배치를 통해 온도진동을 완화하는 방법 적용
기존 과냉각 냉장고는 냉동기의 동작 주기를 조절하고 온도가 많이 낮아질 경우 가열을 하여 항온 저장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냉장고 도어의 개폐로 센서가 측정한 온도가 냉장고 실제온도보다 높아질 경우 냉동기가 과다하게 동작해 저장한 식품을 얼어버리게 할 위험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직냉식 온도부위를 열전도도가 다른 2종의 물질(알루미늄, 압출스티로폼)을 교대로 약 2cm 두께로 배치하여 직냉 부위의 5℃ 이상의 온도진동이 직접적으로 내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했고, 냉장고 상부와 하부의 온도편차도 줄일 수 있게 해, 냉장고 내부의 온도가 ±0.3℃ 이내로 유지되도록 했다. 특히, 도어를 여닫으며 식품을 넣을 경우에도 냉장고 내부 온도가 목표 온도보다 크게 낮아지는 과도현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과냉각 상태로의 저장에 효과적이다. 열전도도가 낮은 물질을 이용한 온도진동 완화 원리는 물리학의 열역학에 있는 기본 원리로, 낮과 밤의 온도진동이 땅속 10cm 깊이에서 사라지며, 여름과 겨울의 온도진동은 땅속 수 m 깊이에서 사라지는 현상이 이러한 온도진동 완화 원리에 기초한다.

▲가정에서의 김치 저장과 수출 김치에 모두 활용 가능
상품김치의 경우 유산균이 mL당 1~10만마리 수준으로 제조되고 있으나, 가정에서 김치를 담글 때와 같이 초기 유산균을 mL 당 100마리 수준으로 수출김치를 제조한다면, 선박 수출기간 동안 발효돼 mL당 10만마리 수준이 되도록 하고, 현지에서 과냉각 저장고에 저장하며 판매를 하여 수출 품질 균일화가 가능하다.
과냉각 냉장고는 중국 위탁 제조한 다목적냉장고(BD-320 모델)를 개조해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대당 100만원 수준으로 제조가 가능하나,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위탁제조가 어려워지며 제품의 본격적인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제품 생산이 활발하게 된다면, 가정 및 업소에서 김치저장에 활용할 수 있으며, 축산물의 저장기간도 연장되고, 약용작물 종자도 발아를 억제하며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농업분야에 활용도가 높다. 이러한 과냉각 저장고는 내부의 온도편차를 완화한 항온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상의 온도에서 항온항습저장으로 엽채류 저장기간을 늘릴 수 있으며, 백신 등 의약품의 저장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분야의 연구에서 성능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외에 중요한 것이 경제성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농업현장에서 사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3~-10℃의 온도 범위를 설정하는 다목적 냉장고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을 개조해 항온 과냉각 저장이 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물론 기술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꼭 필요한 기술도 있지만, 오랜 시간 저장하는 기술에는 높은 에너지효율과 가격경쟁력 등을 고루 갖춘 경제성이 필수적이다. 라디오파 해동기술과 같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으나 제품가격이 비싸서 실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 기술들이 있는데, 이러한 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추가적인 활용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김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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