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지리산국립공원전북사무소장

지리산 바래봉. 매년 5월이면 산철쭉 군락지를 찾는 탐방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으로, ‘산철쭉’ 하면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소다.

바래봉 일대는 1971년 한국·호주 면양시범 목장의 일환으로 국립종축장 운봉목장이 설립돼 1993년까지 면양 관리 및 연구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 곳이다.

면양 방목으로 인해 자생하던 잡목과 풀은 없어지고 생명력이 강한 외래목초가 우점(優占·생물 군집에서 군 전체의 성격을 결정하고 그 군을 대표하는 것)했으나 면양이 독성이 있는 산철쭉은 먹지 않아 군락을 이뤘고 오늘날 산철쭉 명소가 됐다. 그러자 연간 6만명의 탐방객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곧 산철쭉 군락지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점차 훼손돼 가는 바래봉 일대에 대한 ‘복원‘의 가치는 지역주민과 학계를 주축으로 퍼져나갔고 이내 지역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동참하는 가치가 됐다.

지리산국립공원에 있어 바래봉은 산철쭉 군락이 가지는 경관생태학적 우수성으로 인해 매년 많은 탐방객들이 방문하는 주요 탐방 접점지역이다.

또 국립공원이 위치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 바래봉 훼손지 복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염원을 공감하고 있었다.

이는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지리산국립공원은 바래봉 일원 산철쭉 경관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2014년 바래봉 훼손지 복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으며 2020년에 들어 훼손지 복원사업의 첫 삽을 떴다.

이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바래봉 훼손지 복원을 공감하고 염원하는 지역사회 구성원도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산철쭉 군락을 확장해 대한민국 자연경관을 대표하는 명소로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지역주민과 자연적인 천이를 통해 생태계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환경단체 및 학계의 의견이 충돌했다.

대립되는 두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2019년 하계 NGO, 지역주민 합동 현장자문(2회)과 유관기관 협의(2회)를 거쳤다. 그리고 2020년 학계, NGO, 지역주민 합동 현장자문을 마지막으로 두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자생종(산철쭉) 식재로 방향성을 잡고 3년에 걸친 바래봉 훼손지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바래봉 훼손지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최소한의 자생종 식재를 통해 자연천이를 유도하며 목재난간 설치를 통해 탐방객의 출입을 통제했다. 야자매트를 설치해 탐방객이 일정 구간으로만 통행할 수 있도록 유도, 추가 훼손을 방지했다.

복원사업 다음해부터는 고정조사구를 설치해 상·하반기 정기적 모니터링을 진행했으며 생물·토양조사를 통해 복원사업으로 인한 대상지역의 환경 변화를 평가했다.

그 결과 바래봉 훼손지 복원지역은 자연적으로 천이가 이뤄지고 있으며 점차 면양사업 이전의 바래봉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부 지역에 생명력이 강한 애기수영 등의 외래식물이 주기적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면양사업 이전의 바래봉을 되찾기 위하여 학계, 지역주민, ESG 협력기업 등 다양한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협력해 외래식물 제거 및 생물학적 방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2022년으로 바래봉 훼손지 복원 3개년 사업이 종료된다. 사업 계획 초반에는 탐방객 출입 통제를 위해 난간을 설치하는 것이 경관자원을 도리어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휩싸이곤 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바래봉을 보며 인간이 그동안 얼마나 자연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는지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훼손된 자연을 수억원을 들여 복원을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훼손된 자연은 인간의 간섭에 토라진 듯 쉬이 돌아오지 않는다.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인간의 욕심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 두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재원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전북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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