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농업연구사

최근 K-Foo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품목의 신선 농산물, 글로벌 소비 작목인 파프리카부터 우리 고유의 작목인 참외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채소의 유통기한 연장을 위해 아열대가 원산인 채소를 장기간동안 저온에 보관하면 참외 골 갈변, 토마토 과피 함몰 등 저온장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상품성과 소비자 선호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최근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참외는 저온장해로 인한 상품성 하락이 수출의 장해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수확 후 관리 미흡으로 버려지는 신선 농산물의 양이 선진국의 3배에 달한다. 이에 채소의 상품성을 증진하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저온장해 발생기작에 대한 연구를 통한 원천기술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세계 최초, 참외 등 저온장해 기작 구명과 억제 기술 탐색
  저온저장은 농산물의 호흡을 억제해 저장기간을 연장시키는 효율적인 수확 후 관리방법이다. 특히 아열대가 원산지인 토마토, 고추 등은 한계 온도 이하에서 장기간 저온 저장했을 때 장해가 발생한다. 즉 4℃ 저온저장 시 참외 골 갈변, 토마토 과피 함몰, 고추 종자갈변이 100% 발생해 상품성이 사라져 유통에 한계가 생기게 된다. 특히 참외는 골 갈변 증상이 상품성 손실의 주 요인이나 그 발생기작 구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본 연구를 통해 4℃ 이하 조건에서 골 갈변과가 다수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골 갈변과 발생이 저온과 연관이 있고 골 부분의 큐티클층(cuticle layer) 붕괴와 상표피 왁스(epicuticular wax)의 감소로 인해 갈변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와 더불어 기능성 포장재(Modifiedatmospehre(MA)/humidity(MH))와 45~50℃ 열수 침지를 통해 큐티클 층은 유지하면서 골  갈변율 감소를 유도했다. 이 열수처리법은 기존 대비 상품과율을 23% 증가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선박수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기대됐다. 아울러 저온저장 기간 동안 과피함몰 현상이 나타나는 토마토 같은 호흡 급등형 작물은 에틸렌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에틸렌 발생을 억제시킴으로써 품질의 변화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에틸렌의 생합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토마토의 저온 저장 전 CO2 처리 효과를 확인하고자 전사체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에틸렌 관련 유전자 발현 유도와 탄수화물 대사(Carbohydrate metabolism) 조절이 토마토의 저온장해인 ‘과피함몰’을 경감하고 선도를 유지하는 기작을 구명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토마토 품종별 기능성 포장재(MA)를 이용한 포장방법과 적색 토마토는 30% 농도의 이산화탄소(CO2) 처리, 방울토마토는 이산화탄소(CO2) 20% 농도를 구명했다. 또한 도색계 토마토는 이산화탄소(CO2)와 이산화염소(ClO2)를 복합처리하는 방법을 개발해 상품성을 15~20% 증진시켰다. 풋고추를 냉장 보관할 때 발생하는 종자갈변의 원인을 구명하고 메틸자스몬산 처리법을 통해 세계 최초로 비급등형 작물도 에틸렌 반응과 관련한 유전자가 저온장해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통해 저온 저장할 때 고추 종자갈변이 일어나지 않는 적정 수확 시기를 확인했다. 이는 재배단계와 연계한 고추의 수확 후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의미가 더 크고 생산농가와 유통업자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신선 채소 저장 유통 시 저온장해 경감과 상품화 기술 보급
  저온장해로 인한 작물의 생리장해 발생기작을 구명하고 이에 대한 대응 기술을 개발해 신선 채소 저장 유통 현장과 수출현장의 애로사항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또한, 발생기작에 대한 기초연구는 저온장해 저항성 작물 육종 등 신품종 육성에 필요한 유전학적 기반을 구축했다. 개발된 저온장해 억제 기술인 ‘참외 선도유지법’, ‘고추 수확기 결정 칼라차트 개발’ 등은 특허 출원하고, 기업체 기술이전을 통해 산업화했다. 또한 토마토 이산화탄소처리 선도유지기술은 2016년 현장 실증을 거쳐 2022년부터 ‘농산물 유통 연장을 위한 선도유지기술 신기술보급사업’의 요소기술로 투입됐다. 올해부터는 참외 열수처리를 통한 골 갈변 억제 기술이 현장실증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앞으로 신기술 보급사업으로 확장시킬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채소류 저온장해 억제 기술 개발 등은 과학기술 진흥을 통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기술진흥유공 표창과 한국원예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수출지원의 공으로 농촌진흥청 농식품수출지원 유공상도 공동수상하였다. 무엇보다 기초부터 응용, 개발까지 수출현장의 애로점을 해결하는 산학연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산지유통센터, 중앙 지방 연구협의체, 대학 등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해 보다 깊이있는 수확 후 관리 연구를 수행하고,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 농산물 손실률 감소와 선박수출 대체로 물류비 절감
  과채류 생산액은 2019년 기준 5조2천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수확 후 손실률이 약 20% 발생하면 연간 약 8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저온장해 억제 기술은 유통 시스템 중 콜드체인 구축과 손실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개발된 토마토 수확 후 이산화탄소(CO2) 처리법은 기존 대비 상품과율을 20%를 증가시켜 연간 생산되는 토마토 34만 4천 톤(25천원/5kg기준)에 대해 3,440억 원의 농가소득 향상을 기대한다. 현재  이 기술은  「농산물유통연장 신기술보급사업」으로 선정돼 전국 4개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편, 농산물 수출 시 지원되던 물류비가 2024년 폐지될 예정이므로 항공수출보다는 상대적으로 물류비가 저렴한 선박을 이용한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 선박 수출의 상품성 유지를 위해서는 저온 수송이 필수이고 저온 장해 없는 기술 마련이 중요하다. 참외 골 갈변 억제를 통한 품질관리를 위해 열수처리, 포장기술을 활용하면 선박으로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이 확대되고 물류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어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19년 성주 참외를 싱가포르로 수출했을 때 열수처리법을 적용했는데 항공으로는 Kg당 2,000원이 소요됐지만 선박으로는 Kg당 200원만 소요돼 물류비의 90%를 절감시킬 수 있었다. 참외 수출량(2020년) 415톤의 50%를 선박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3억7천만 원의 절감 효과가 있으며, 전 산업에 걸친 파급효과는 109억1백만원((농진청기술가치평가)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을 이용한 우리나라 과채류 수출은 2023년 10개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소 저온장해 억제 기술은 국내 저온유통 시스템 구축 기반 마련과 선박을 이용한 수출 확대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풋고추의 겉은 멀쩡한데 씨가 까맣게 변해있거나, 움푹 패어있는 토마토를 보면서 수확 후 관리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것이 필자의 연구주제가 되었다. 꾸준한 연구를 통해 저온장해 기작을 조금씩 알아가면서부터는 이것을 현장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가 늘 고민이었다. 한류열풍으로 우리 고유의 작물들이 하나둘씩 세계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수출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수확 후 품질 관리의 중요성도 다시 대두됐다. 특히 저온 장거리 수송 후 유통할 때 발생하는 저온장해가 수출 후 유통할 때도 발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지금껏 개발한 기술들이 하나씩 현장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의 오랜 연구생활을 통해 느낀 학문하는 즐거움이 내 연구의 바탕이었다면, 이제는 지금까지 해 온 연구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를 보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박미희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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