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지난 7월 23일 오후 8시부터 11시 50분까지 3시간 50분 동안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에 위치한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어렵게 막을 올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6만8000석을 보유한 도쿄 국립경기장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외교 사절 등 950명이 참석했다. 올림픽 사상 첫 무관중 개회식이었다.
 
올림픽 개최를 반신반의했다. 많은 이들이 하지 말아야한다고 했다. 감염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폭탄을 터뜨리는 셈”이라는 말까지 했다. 도쿄도 확진자수는 개회 전날에도 2000명에 가까웠다. 대회 관계자 확진자수는 100명을 넘었다. 일본 국민 55%가 개최를 반대했다. 개회식이 열리고 있는 그 시간에도 경기장 밖에서는 올림픽을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다. 여하튼 코로나 방역에 대한 불만을 비롯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올림픽이 시작되었다. 
 
올림픽은 첫 대회 이후 한 세기가 지났다. 항상 약속대로 잘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전쟁으로 1916년 베를린, 1940년 도쿄, 1944년 런던 올림픽은 취소되었다. 이념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는 테러가 있었다. 1980년 모스크바, 1984년 LA 올림픽은 반쪽 개최였다. 그러니 설사 일본의 자국 정치?경제의 야욕을 위한 개최라는 비난이 있다고 해도 나는 제32회 올림픽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올림픽의 구호는 “더 빠르게(Citius), 더 높게(Altius), 더 힘차게(Fortius)”이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189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주창했다. 스포츠는 상대보다 빠르게, 높게 그리고 온힘을 다해서 경쟁하는 것이다. 그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고로 올림픽은 속도와 높이와 강함으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전쟁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도쿄 올림픽에서, 올림픽의 구호가 바뀌었다. 창시 후 127년 만의 일이다.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3월 11일 137차 총회에서 4년 중임에 성공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기존의 구호에 “다 함께(communis)”를 추가하자고 제안했고, 집행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바흐 위원장은 “‘다 함께’라는 말은 ‘유대감’을 뜻한다”면서, “새 구호에는 우리가 세계의 유대감 조성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했다. 그는 “유대감은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우리의 의지를 북돋는다”면서 “유대감을 가지고 일어섬으로써 더 빨리, 더 높이, 그리고 더 힘차게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는 남보다 우수함을 쫓는 ‘욕심’이라면, ‘다 함께’는 ‘협력’을 드러내는 사랑의 단어이다. 올림픽은 승자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협력하고 나누고 박수를 보내는 성숙한 인류애의 자리라는 것을 이제야 말하는 것이다. IOC는 현재 “함께하면 더 강해진다(Stronger Together)” 캠페인을 펼치면서 홍보영상을 통해 유대감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 함께 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세대’, ‘인종’, ‘역사’, ‘국가’ 그리고 선수 개개인을 포함한 모든 것을 말한다. 도쿄 올림픽에는 최소 163명의 성소수자 선수가 참가한다는 말을 들었다. 2016 리우 올림픽 때 56명이었으니 크게 늘어났다. 그 정도가 아니다. 역대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성소수자 숫자보다도 많은 숫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최초로 난민 선수단을 출범시킨 IOC는 난민 선수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면서 55명의 난민 선수들의 훈련과 대회 출전을 지원해왔다.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오륜기를 들고 두 번째로 입장한 난민 대표팀(EOR/Refugee Olympic Team)에는 11개국 출신 난민 2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리우 올림픽 때보다 3배나 늘었다. 이들의 올림픽 출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난민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어떤 메달보다도 값질 것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도쿄 올림픽 개최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감히 말한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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