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코로나19가 창궐하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시적이기는 하나 국경을 차단해서 외국인 입국을 금지시키는 나라들이 속출했다. 국경을 폐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전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있고, 생명체에게  지구는 원래 하나라면서 마구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다.
 
방학이 되어도 꼼짝없이 집을 지키며, 그나마 SNS를 통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의 소식을 접한다. 오늘은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친구 제네바의 긴 글이 궁금해서 ‘번역보기’를 눌렀다.
 
“이슬람 최대 명절인 ‘타바스키’가 7월 20일 화요일에 거행된다고 하니 매우 기쁩니다”라고 글을 시작한 다음, 양고기는 튀기기 전에 삶아야 한다는 사실과, 기도를 마치고 돌아올 때 양의 내장으로 만든 매콤한 수프를 먹으면 좋다는 등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나갔다. 명절을 앞둔 주부의 바쁜 마음이 읽혔다.
 
타바스키는 이슬람력으로 12월 10일에 열리는, ‘이드 알 아드하’라고도 하는 제물을 바치는 축제이다.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 했으나, 그 믿음을 본 알라의 제지로 양을 대신 바친 날을 기념하는 ‘희생절’이다. 이 축제 기간 무슬림들은 가정에서 양을 잡아 제를 올리고 가난한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이 음식은 팔아서는 안 되고 나누어 먹여야 하는데 그 비율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라마단 금식이 끝난 뒤 3일간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주고받는 ‘이드 알 피트르’와 더불어 무슬림의 최대 축제의 날이다. 

가족들이 모여서 예배를 드리고 음식을 먹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다고 하니 우리의 명절과 다를 바 없다. 타바스키는 긴 연휴로 이어지니 여행도 할 것이며 축제 분위기로 사람들을 들뜨게 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부르키나파소 지국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간사에게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도 축제는 이루어질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더니 “여기는 코로나19가 없다고 하는 분위기입니다. 모스크에 가서 함께 기도할 테인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는 답이 왔다. 거기만 특별한 ‘지구’가 아닐 터인데 무슨 말인지. 걱정이 되고 또 걱정이 되었다. 신의 가호가 거기만 있을 리 없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지난해 ‘이드 알 피트르’, ‘이드 알 아드하’와 새해연휴 이후 확진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타바스키는 꼭 지켜야 하는 축제이지만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모스크 안에서는 개인 카펫을 지참하고, 서로 안거나 악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도 후에는 절대 모이지 말 것이며 15분 이상 머물지 않도록 방역 수칙도 정했다. 12세 이하의 어린이와 노약자들은 모스크 출입조차 금지했다. 

터키도 7월 20일부터 ‘희생절’ 연휴가 시작된다. 터키는 화이자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3주로 단축해서, 연휴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타바스키는 ‘나눔’을 위한 기간이다. 무슬림들은 가족과 친지를 방문해서 염소와 양을 나눈다. 이런 훌륭한 뜻이 있다고 하나, 지금은 잠시 멈추어야 할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 4월 케냐의 친구로부터 받은 동영상을 기억한다. 메루지역의 원주민들이 소독제를 중앙에 두고 빙 둘러 ‘코로나19 승리를 위한 춤을 추는 동영상이었다.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독특한 리듬을 만들면서 엉덩이를 마구 흔드는 춤은 지신(地神)을 감동시켰을 것인데, 코로나19의 난동은 아직도 끝을 모르고 있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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