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2017년 삼성-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과 꿈’ 사업을 통해 부르키나파소 양계활동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2017년 말 양계사업 수혜자들이 제출한 가계부에는 숫자가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47가구는 각 가구 당 닭 100마리를 키웠는데 평균 수익금이 20~30만원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 나라에서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1년 중 닭을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총수익은 1천만 원이 넘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2017년 우리는 “성공”을 외쳤다.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양계사업은 ‘나눔과 꿈’ 우수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고, 상금까지 받았다. “이 상금으로 무엇을 할까?” “고생한 간사들에게 보너스라도…”라는 야무진 생각을 했지만, 결국 상금은 2018년 양계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이 되었다. 이런 노력은 급기야 2019년부터 3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선정되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순수익 목표는 1회기(병아리를 키워서 팔 때까지) 당 소득 50,000프랑세파(약 92.08USD)이었다. 50,000프랑세파 수익의 의미는 명확했다. 부르키나파소 빈민 농가가 은행에서 6~8개월 단위로 받는 소액대출 평균 금액이다. 농촌에서는 한해 농업이나 장사 밑천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도시의 중산층에게는 한 달 수입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금액이다.

2019년을 마무리 하면서, 1회기 당 평균 순수익이 103,184프랑세파, 목표의 2배가 넘었다. 1년 동안 최고 7회기까지 한 여성도 있었다. 폐사율도 8.25%로 목표치(10% 미만)보다 낮았다. 이런 숫자는 수혜자들 삶을 바꾸고 있었다.

수혜자들은 주로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물론 남편 등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병아리나 닭은 여성들도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라, 여성역량 강화를 위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 이 사업에 참여한 여성들은 대부분 경제활동이 전혀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양계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자신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남편에게 경제적 의지를 하였으나 현재는 동등한 입장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양계사업으로 얻은 ‘돈’의 가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농민들은 아직도 하루 세끼를 다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두 끼도 겨우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양계로 소득이 창출되면서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심지어 명절 때나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식사 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말까지 했다. 

수혜자 한 여인의 말은 이 사업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대로 소개하겠다.

“이 사업에 참여하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에는 우울한 시기가 대부분이었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에 참여해서 양계기술교육을 받고 직접 양계활동을 함으로써 삶에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은 양계기술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모든 양계기술을 터득했고, 지금까지의 양계경험을 바탕으로 자신 있게 양계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내 자신에게 당당하고 더 이상 우울하지 않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그 많은 사업 중에서도 양계를 선택했으며, 특별히 여성역량강화에 힘을 기울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녀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엄마로, 남편에게는 동등한 경제적 동반자로, 자신에게는 전문가로 당당한 자신감을 가지는 여성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리고 가족이 화목해졌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전북제일신문  webmaster@jbjnews.com

<저작권자 © 전북제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