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열창 농업연구사

 최근 한국의 대표 브랜드인 한우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국제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사료비 부담 및 한우 사육두수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의 문제가 있다. 올해 상반기의 사료 가격은 평년 대비 30% 이상 인상됐으나, 한우 가격은 도축 두수 증가로 인해 약 9.4%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한우의 비육기간은 2000년에 23개월에서 2020년에는 30.4개월로 늘어났는데, 길어진 비육 기간만큼 사료비의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외부적으로는 탄소 중립 시대 축산업이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한우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료비 절감 및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밀 영양을 통한 비육 기간 단축 기술 개발 및 온실가스 배출 저감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은 정밀 영양을 통해 거세한우 단기비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기존의 거세우 전국 평균 출하월령을 31.2개월에서 28개월로 단축했고, 사료의 총가소화영양소와 조단백질 수준에 변화를 주었다. 일반적으로 한우 농가에서는 비육기간이 짧으면 한우고기의 맛이 좋지 않고,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검증되지 않은 편견이 팽배했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사업을 통해 과학적으로 사육기간을 3개월 단축해도 한우의 맛, 체중, 육질 등급, 고기 생산량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고, 오히려 사육기간 단축을 통해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또한 한우 비육기간의 단축은 국가 탄소 중립 대응에도 기여한다. 비육 기간 3개월 단축 시 마리당 탄소배출량 저감 효과는 약 10.4%에 달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농식품부의 소 사육방식 개선 정책사업에도 근거로 반영됐고, 현장 시범 사업으로 활용돼 실제 농가에서 비육기간 단축 기술의 효과 검증이 실시됐다.
 비육후기 조단백질 수준의 조절로도 축산 유래 환경오염 물질을 저감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적으로 밝혔다. 비육 후기 조단백질의 수준을 15%에서 12.5%로 낮추자, 오줌 중 질소 배출량이 38% 감소하고 사료비는 5.7% 감소했다. 또한 해당 기술을 적용해 28개월에 출하했을 때 육질과 근내지방도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개발된 기술들은 농가의 사료비 절감 및 국가 단위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비육기간 단축 기술은 실제 6지역의 17농가에서 2,130두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사료비가 9.2% 절감되고 소득이 1.29배 상승하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냈다. 해당 기술은 농가의 이익과 친환경 축산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농업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초 농식품부산물 활용 농가별 맞춤형 배합비 프로그램 개발
 자가배합이란 농가에서 직접 구입한 원료사료를 일정한 비율로 한데 섞어 사료를 만드는 방법이다. 사료의 배합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일단 단일 원료사료가 동물에 공급할수 있는 영양 성분과 가격, 가축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로 하는 영양소 요구량을 알아야 한다. 한우 사료에는 여러 가지의 다양한 원료사료가 이용되는데, 이를 모두 일일이 계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축산원에서 개발한 ‘한우 사양표준 배합비 프로그램’은 이 모든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농가에서 편리하게 사료 배합비를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버섯재배부산물 등 농가에서 원료사료보다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농식품부산물을 활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농장에서는 과학적으로 영양소를 고루 갖춘 사료를 값싸게 자가 생산할 수 있다. 
 축산원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을 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장 사례 확산을 위해 권역별 벤치마킹 농가를 육성하고 있는데, 7개 지역의 7개 농가를 선정해 적극적인 해당 기술의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농가들에서는 평균적으로 사료비 절감 24.7%, 1+ 육질 등급 향상 27.7%, 소득 158% 상승이라는 결과를 이루어냈다. 또한 SNS를 활용하여 해당 기술 사례를 공유하고, 유튜브에 프로그램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보급했다. 

필자는 한우농가에서 “연구사님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럼에도 한우 농가는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해 항상 마음이 무겁다. 2020년 통계청 기준으로 비육우 100두를 키우면 1년 소득은 6천만 원에 불과하다. 소득을 올리기 위해 한우농가에서는 농식품부산물 사료화 기술을 접목해 한우를 키우고 있다. 배합사료를 주는 기존의 사양체계와는 다르게 농가에서 많은 땀을 흘리고 공부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최근에서는 청년농업인 중심으로 이번 연구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직접 축산원을 방문해서 배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제주도 청년농업인 양익종(34세) 씨는 높은 사료비와 낮은 소득으로 영농 승계에 고민이 많았는데, 배합프로그램 교육을 통한 한우 기술을 접목해 사료비는 40% 이상 절감, 육질 상위권 도약으로 2년 만에 만성적인 부채 2억원도 갚았다. 이처럼 과거에는 평균 이하의 농장이었으나 국립축산과학원의 교육을 통해 상위권 농장으로 바뀌게 되는 사례를 통해 보람을 느낀다. 농가의 수 많은 전화문의로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농가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영양생리과 백열창 농업연구사

전북제일신문  webmaster@jbjnews.com

<저작권자 © 전북제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