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연구사

고려인삼은 약재로써의 효능이 뛰어나 삼국시대부터 위(魏), 수(隋), 당(唐)나라와의 외교활동이나 교역에 사용됐으며, 17세기 일본은 조선 인삼 무역을 위한 전용 화폐를 만들 만큼 귀하게 여겼다. 한국인이 가장 애용하는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가 인삼을 재료로 한 홍삼으로 최근 농경분야의 첫 사례로 우리나라 ‘인삼 재배와 약용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은 1조600억 원으로 건강기능식품 매출액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는데 통계자료에서도 확인이 되듯 인삼 연구나 관심은 홍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홍삼과 차별화된 인삼 가공방법(흑삼)을 개발해 판매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흑삼의 제조 방법은 가공 주체에 따라 차이가 나거나 일부 제조업체는 인삼을 찔 때 옹기나 시루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 더욱이 어느 정도의 온도에서 얼마 동안 찔 것인지, 건조는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지 등 표준화 공정도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처럼 업체마다 가공법이 상이해 제조공정의 표준화와 합리적 유통가격 기준의 근거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였다. 또한, 인삼산업법상 인삼류 제품의 검사는 진세노사이드 Rg1, Rb1 함량을 기준으로 고시하고 있으나, 흑삼은 제외돼 검사기준이 없는 현실이다. 9번 찌고 9번 말리는 방식의 구증구포 과정은 인삼을 장시간 고온에서 증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암성 물질(벤조피렌) 검출 가능성 높아지기 때문에 가공품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은 홍삼과 차별화된 흑삼이 갖고있는 새로운 기능성을 밝혀 인삼산업을 확대하고 제조기준을 표준화함으로써 흑삼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간기능 개선, 호흡기건강’ 흑삼 소재 개발 
최근에는 홍삼 중 미량으로 존재하는 생리활성 성분의 함량을 더욱 증가시키는 가공방법으로 한약 숙지황의 전통 가공법의 하나인 구증구포(九蒸九曝)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즉, 수삼을 9번 찌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흑삼을 제조하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흑삼 제품별 가격차는 300g당 18만원에서 8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공인된 표준화 제조공정 기준이 없어서 품질관리에 대한 기준이 없어 흑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현행 인삼산업법 흑삼 부분 개정 필요했다. 본 연구를 통해 증숙 후, 건조 때 낮은 온도(55℃) 적용해 벤조피렌 함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공법 제시했고, 「인삼산업 시행규칙」에 흑삼은 제외돼 검사기준이 없었지만, 흑삼 특유의 지표성분 설정 근거 자료 확보해 “「인삼산업법 시행규칙」의 흑삼 제조기준 및 검사기준 추가” 라는 주제로 농림축산식품에 정책 제안을 해 채택됐다. 이를 근간으로 표준화된 공정 및 검사기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 인삼류 가공품의 품질 향상과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용이해져 인삼원료 소비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신규 제조공정(3~4회 증숙법)을 사용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개발된 흑삼제조 기술은 9증9포의 일반 제조 방법을 사용한 흑삼 대비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물질 함량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자체 개발한 흑삼을 홍삼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홍삼이 갖고 있지 않은 알코올성 간손상 억제, 호흡기·전립선 질환의 예방 효과 등에 대한 기능성을 확인해 그 우수성을 입증했다. 또한 흑삼 고유 지표성분(Rg3, Rk1, Rg5)을 발굴해 홍삼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국내 시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안전하고 경제적인 새로운 제조공정을 통해 제조한 흑삼을 새로운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응용할 계획이다. 또, 개발한 홍삼 및 흑삼 판별기술을 통해 흑삼 유통시장을 확립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농촌진흥청은 흑삼이 호흡기건강, 간기능, 전립선에 미치는 영향과 흑삼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대사체를 분석해 시제품의 표준화도 완료했으며,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 또한 흑삼 제조기술 및 기능성 성분 증진 기술은 ‘호흡기, 간손상, 전립선 예방 기능성분을 포함하는 흑삼 추출물 및 그 제조 방법’ 등 9건의 산업재산권을 등록했다. 개발된 기술은 ㈜알파바이오 등 7개 기업에 기술이전하고 사업화했다. 아울러, 홍삼과 차별화된 기능성 흑삼제품 생산 및 유통으로 신규시장 창출 가능성을 확인함으로써 국내 인삼원료 소비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흑삼의 기능성 확대에 따른 인삼 제품군의 다양화, 신수요 창출
홍삼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건강기능성 식품시장에서 흑삼은 건강기능 식품으로 신수요 창출이 기대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 실시한 흑삼 기능성의 기술 가치는 408.10백만 원으로 평가됐다. 또한 “인삼 및 건강보조식품” 산업에서 6,839백만 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흑삼 표준 제조공정 확립을 통한 흑삼 제조기준(안) 은 인삼산업법의 ‘흑삼’ 분야 제도개선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흑삼 제품별 가격편차가 크고(유통가격:18만원∼80만원/300g), 표준 제조기준이 없어 품질 관리가 미흡했던 흑삼 유통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흑삼의 다양한 기능성이 연구논문을 통해 널리 알려졌음에도 유통되고 있는 제품의 유형은 식품으로만 판매되고 있기에 건강기능식품 수준에서의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흑삼의 지표성분, 원료 표준화와 관련한 기초자료를 제공함으로써 흑삼을 기능성식품 수준에서 관리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기능성 식품의 다양성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능성에 대한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통해 인삼류 가공산업 발전을 유도하는 한편, 국민의 건강증진, 경제적이고 안전한 흑삼 제조를 통한 소비자의 신뢰도 확보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최근 인구 고령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통해 면역력 증진, 대사질환을 예방, 관리하려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면역력 대표 상품인 홍삼 소비가 국내외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흑삼의 면역력 효과와 더불어 호흡기, 간기능, 전립선 개선의 우수한 기능성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외국인들이 블랙푸드를 좋아하듯 흑삼을 커피처럼 매일 챙겨먹는 그 날을, 그리고 코로나등의 여파로 가격폭락과 재고누적으로 고난을 겪고 있는 인삼농가의 새로운 소비판로 개척에 인삼 생산 농가의 밝게 웃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이용과 연구사 이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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