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주한 부르키나파소 명예영사관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경기도 어디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부르키나파소 보보 지역의 후원 단체 ‘CERTIFICAT DE RECONNAISSANCE’에 마스크 200만장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중간 역할을 부탁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훌륭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내가 가진 물건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것은 넉넉한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지지난달 부르키나파소에 신발을 수출하면서 부르키나파소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가 직접 생산한 코로나 마스크 이백 여만 장이 있어 임직원 만장일치로 부르키나파소에 나누고자 합니다”는 것이 이 분의 말이었다. 
 
이런 기쁜 소식을 명예영사께 바로 알려야 했지만, 명예영사는 지금 아프리카 출장 중이라 들뜬 목소리로 사무국장에서 전했다. 그런데 엄청 기뻐할 줄만 알았던 사무국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무엇이 문제냐고 대들 듯이 따지는 나에게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했다.
 
첫째, 운송비는 누가 감당할 것인가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르키나파소, 그리고 부르키나파소 안에서도 보보 지역까지의 운송비는 배보다 배꼽이 클 것이 분명하다.
 
둘째, 관세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는 WAEMU(서부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의 회원국으로, 조약에 따라 비회원국에 대하여 역외공통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2000년 2월부터 0%, 6%, 10%, 20%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세 및 부가세도 생각해야 한다. 18%란다.
 
세관 입장에서는, 이 물건을 업체가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가정한다. 공자로 받아서 그것을 팔 수도 있다. 이 많은 양의 마스크에 대해서, 누가 쫓아가서 제대로 유통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고로 이 상품의 정상가격, 이른바 부르키나파소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격으로 관세를 매긴다.
 
그러니 최악의 경우, 운송비 + 부가세 18% + 관세 20%를 감당해야 한다. 무역이니 관세니 전혀 알지 못하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단 하나 마스크 이백 여만 장을 기부하려면 마스크만이 아니라 상당한 현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국경없는 교육가회가 작년에 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시민사회 협력을 통한 개도국 코로나19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부르키나파소에 방역 및 구호물품 지원을 할 때도 우리나라에서 직접 가지고 간 것은 없었다. 마스크도 비누도 자국에서 만든 것을 구입해서 나누어주었다. 식량도 현지에서 구했다. 다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 김신(2016년 5월 19일 사망)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6년부터 10여 년간 미국 하버드대학과 브라운 대학, 대만 타이완 대학 등 해외 대학에 42억 원을 기부했다.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 역사를 알리는 ‘김구 포럼’과 한국학 강좌 개설 등 교육을 목적으로 했다. 이에 대해서 우리나라 국세청은 2018년 10월, 김 전 총장의 유족들에게 상속세 9억 원, 증여세 18억 원을 부과했다. 27억 원의 ‘세금 폭탄’이었다. 해외 대학은 상속·증여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공익재단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다.
 
선한 의도의 기부에 대해서 큰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란이 있었고, 1년 5개월여의 심사 끝에 2020년 6월 조세심판원은 “증여세 18억 원 중 10억 원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2016년 이후에 증여한 23억 원에 대해서 국세청이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에게 관련 사실을 알려야 할 통지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 후손들은 2016년 이전 기부한 19억 원에 대한 세금 부과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누고자 하는 ‘착한 마음’에 대해서 법은 참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모여서 서로 돕고자 손을 뻗고, 사람들은 모여서 참 많은 걸림돌을 만들고 있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전북제일신문  webmaster@jbjnews.com

<저작권자 © 전북제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