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2017년부터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양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성 수혜자들이 양계 전문가로 거듭났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여기를 빗겨가지 않았다. 초반에는 국경이 폐쇄되어 수입해서 들어오는 병아리, 유정란이 모두 끊어졌다. 이후 병아리 수입이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주문해서 가지고 들어오는 운송방법이 좋지 않아, 운송 중 폐사되는 일이 많았다. 설사 병아리를 구해서 양계를 시작했다고 해도 정부가 결혼식, 종교행사 등 모든 행사를 금지했기 때문에 닭 수요가 줄었다. 판매처도 줄었고, 수입도 줄었다.
 
피해사례를 수집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 병아리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대부분의 수혜자들의 양계활동이 지연되었다. 
- 병아리를 구하여 시작한 수혜자들도 판로가 막혀서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 그 중 한 수혜자는 중개상인이 닭은 가져갔지만 그에 대한 판매금액을 받지 못했다. 
- 국내에서 병아리를 구하지 못하자, 이웃나라에서 주문을 하고 병아리를 구입했지만 장거리 운송과정에서 병아리들이 스트레스로 폐사되었다. 
- 코로나 팬데믹으로 나라 전체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자 수요가 줄어 닭 판매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 총 47가구 중 10가구가 양계활동을 포기했다. 그 이유는 남편의 부재 등으로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 외에 병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아리를 살 돈이 없는 가구에 대해서는 소액대출을 권유했지만, 이미 받은 대출금도 갚지 못한 상태인지라 더 이상의 대출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양계활동을 포기하는 여러 이유 중 ‘남편의 부재’라는 내용이 궁금했다. 아직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들자 남편이 집을 떠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돈을 구하기 위해서 집을 떠난 것인가요?”라는 나의 질문은 참 순진한 발상이었다. 가난해서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났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가부장’, ‘무능함’, ‘책임감’ 이런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가난해서 남편이 집을 떠나고, 버려진 가족은 더 가난해지고, 병아리를 살 돈이 없으니 더 이상 양계사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스토리다. 병아리가 없으니 키워서 얻을 수 있는 희망도 없어졌다. 이미 진 빚이 있으니 더 이상의 대출을 원치 않는다고 하니 도울 수 있는 어떤 방법도 찾을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나는 어깨에서 힘이 쭉 빠졌다.
 
이런 우울한 이야기를 하지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에서도 그 결과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한 회기당 평균 순수익이 56,712프랑세파, 폐사율 10.96%, 출하율: 81%이었다. 1회기 당 순수익 목표가 50,000(약 92.08USD), 폐사율 목표 10% 미만, 출하율 목표 8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6월 통금, 지역 간 이동금지, 모임 금지가 풀렸다. 우리는 7월 7일부터 9일까지 수도 와가두구에서 강사대상 양계기술교육을 진행했다. 잘 양성된 강사들은 또 다른 지역과 양계 농민들에게 교육을 한다. 모두가 적극적으로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면서 참여했다. 이 사업들이 자신들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양계사업에 많은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양계활동을 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킨 사람들에게 커다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코로나19는 계사 안의 병아리 병치레를 막기 위해서는 위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아는 기회가 되었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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