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2017년부터 '나눔과 꿈' 사업의 일환으로 MARCA 프로젝트(=양계 활동지원 및 기술교육을 통한 부르키나파소 농촌여성의 소득증대 역량강화 사업)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시작은, 각 마을에 파견되어 양계 기술을 교육할 현지 강사들에게 한국인 양계 전문가가 나서서 직접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2017년 3월의 일이다. MARCA 프로젝트의 첫 번째 교육을 실시했다. (사)굿파머스의 감사인 임상훈 박사(글로벌 사료지원 연구소 대표)가 첫 번째 한국인 강사였다. 그가 출발하기 전 국내에서는 여럿 양계 전문가들이 농촌여성들이 육계를 기르기에 적합한 규모와 방법을 담은 교육과정을 작성했고, 현지 사업장에서는 MARCA 사업에 적합한 농촌여성들과 마을 양계강사를 선발하고 연수를 준비했다.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 도착한 임박사는 실습교육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시장에 갔고, 사료공장을 방문해서 현지 부르키나파소의 양계 환경과 사료 실정을 살펴본 다음 “마치 우리나라 50년 전의 방앗간과 같은 사료공장”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우리나라 60~70년대와 같다는 말이다.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와 함께 빈곤퇴치와 지역사회개발을 위하여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는 그 무렵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수도에서 차로 3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레오 지역에서 양계 기술연수가 진행되었다. 원래 6명 계획이었으나 함께 공부하고 싶다고 희망하는 자가 있어서 2명이 더 추가되었다고 했다. 그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40도가 넘는 고온 속에서도 그들의 눈은 반짝이었다. 
 
수강생들은 사료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궁금해 했고, 임상훈 박사는 싼 원료 조달, 물고기 발효사료, 지렁이를 활용한 양식 등을 소개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50년 전 200수로 양계를 시작해서 20만 수의 대농이 된 한국 농가의 경험을 들려주자 더욱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려운 시기에 사료비를 줄이기 위해서 속겨와 식당의 남은 음식물을 수거한 이야기를 하자 더욱 눈을 반짝이었다. 계란 값이 하락했을 때는 계란 상인이 계란을 가져가지 않아 양계장에 산더미 같이 쌓인 계란을 시장에 직접 들고 나가 판매한 이야기 등을 공유하자 지구 반바퀴를 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대한민국과 부르키나파소는 가까워지고 있었다.
 
2017년 7월에는 굿파머스의 신경호 수의사가 부르키나파소를 찾아갔다. 레오, 보보-디울라소, 부쎄 지역에서 총 47명 수혜자를 대상으로 양계 방역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각 마을에서 교육 및 질의응답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부 수혜자들의 계사를 직접 방문해서 계사상태를 점검하고 현지의 무더운 기후와 우기철 폭우에 대한 대비책을 전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신경호 수의사는 “대한민국의 양계산업도 당신들(수혜자들)과 마찬가지로 100수, 200수로 시작하였지만 현재는 평균 계사별 40,000 수의 닭을 키운다”고 했고, “부르키나파소는 대한민국보다 양계활동이 유리한 환경이니, 닭의 입장이 되어서 정성을 들인다면 반드시 큰 부자가 될 것이다”는 말로 그들을 격려했다.
 
계사의 양철지붕에 단열천을 설치해서 40도가 넘는 계사 온도를 효과적으로 낮출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특수천을 설치한 직후 계사의 온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시범계사 수혜자인 나모로 미카울로 씨는 “육계만 키우다가 산란계까지 활동을 확장했는데, 온도가 떨어지니 산란계 부화 시 병아리 폐사율이 확연히 줄었다”면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양계전문가의 교육은 현지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계전문가들이 전하는 대한민국의 경험담이 그 어떤 지식보다 더 크게 그들의 양계사업의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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