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삼성발(發) 공모사업으로 알려진 국내 최대 수준의 사업이 있다. 국내 기부 단체인 사랑의 열매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나눔과 꿈‘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2017년 ‘나눔과 꿈’ 사업의 일환으로, ‘MARCA(마르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양계 활동을 지원하고 기술교육을 통해서 부르키나파소 농촌 여성들의 소득증대, 더 나아가 역량강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MARCA는 ‘극빈 농촌 여성 역량강화를 위한 소액 양계융자(Microcredit Avicole pour le Reforcement des Capacites d'Autonomie des Femmes/불어)’에서 만든 단어다. 영어로 하면 ‘poultry microcredit to strengthen the empowerment of women’이다.
 
여기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단어에 주목하기 바란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무보증 소액 창업대출’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빈곤층에 담보나 보증인 없이 소자본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이다. 이른바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일종이다. 대출에 따른 수익보다는 금융기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성격을 가짐으로 금리 등 각종 대출조건이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다.
 
1983년 방글라데시에 세워진 그라민(Grameen) 은행이 그 시작이다. 그라민 은행의 성공으로 개도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빈민지원 대책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자본의 빈민 대상자가 수십 달러에서 수백 달러 규모의 융자를 은행에서 무담보로 받고, 이를 가지고 자영업 등을 하거나 규모를 확대해서 수입을 증대시키고 자활이 가능토록 돕는 제도이다.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양계를 통해서 부르키나파소 농촌 여성의 소득증대와 역량강화를 희망하면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를 흉내 내었다. “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농촌 여성들의 양계사업을 돕기 위해서 은행놀이를 했다”라고 말한다면 이해가 쉽겠다.
 
시작 당시 4개 마을의 수혜자 가구 각 가구당 100수 병아리를 수용할 수 있는 계사를 신축하고 기타 필요한 자금을 대출했다.
 
구체적으로, 양계활동 초기 투자 자본으로 각 가구당 246,200프랑세파(약 453USD)를 대출 지원했다. 양계활동을 위해서는 계사만이 아니라 병아리, 사료, 백신 등을 구입해야 하니 초기 투자자본이 필요하다. 무상지원이 아니라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한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 하나의 의미는 수혜자들이 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주인의식을 갖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라고 했지만, 마르카 프로젝트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폴트리 마이크로 크레디트’다. ‘양계+마리크로 크레디트’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조금 재미나게 이야기하겠다. 한 가구에 100수의 병아리(사실은 실물의 병아리가 아니라, 100수의 병아리에 해당하는 돈과 100수의 병아리를 사육할 수 있는 초기 투자자본)를 담보나 보증인 없이, 그들의 패기만을 믿고 빌려준 다음, 얼마 후 100수의 병아리를 돌려받는다. 그리고 그 100수의 병아리를 다시 이웃에게 빌려준다. 이렇게 퍼져나간다면 한 가구에서 시작한 양계는 한 가구의 수익창출만이 아니라 이웃의 수익창출로 이어지고, 많은 가구가 양계로 수익을 얻어서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공여국의 작은 씨앗이 수혜국에서 그들의 힘으로 크게 펼쳐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현실은 말처럼 그리 녹록치 않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이 연기되거나 이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병아리를 주문해서 가져오는데, 길이 차단되어서 많은 병아리가 폐사되었다. 또한 정부에서 모든 행사 및 모임을 금지하고 시장을 폐쇄해서 닭을 팔 수 있는 길도 막혔다.
 
그래도 그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실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결코 후퇴는 없을 것이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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