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국경없는 교육가회는 몇 개국에 지부가 있다. 미국 지부는 우리나라 유학생이, 케냐 지부는 교민이 지키고 있다. 가장 큰 지부가 부르키나파소 지부인데 여기에는 매년 1~명의 스텝을 파견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나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등에서 NPO에서 일할 젊은이를 선발해서, 우리와 같은 단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한다. 우리는 이런 기관의 도움으로, 남들보다 한 뼘 높이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을 만나고, 멀리 아프리카의 지부에서 벌리고 있는 사업에 투입시킨다.
 
그런데 최근 몇 번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불어도 잘하는 씩씩한 청년을 부르키나파소에 보냈더니 반년도 지나지 않아 더 좋은 직장 구했다면서 떠났다. 그 다음해에 파견한 친구는 외롭고 힘들다면서 말도 없이 도망갔다. 섭섭한 마음 숨기지 못하고 있는데 교민 한분이 “도망가는 게 그게 정상입니다”라고 했다. “살고자 가족과 함께 떠난 우리도 향수병이 걸리는데 그들이라고 이 심심한 나라에서 견딜 수 있겠습니까”란다. 틀리지 않는 말이다.
 
튼실한 머스마들이 떠난 자리를 홀로 지키면서 프로젝트를 끝까지 수행하는 야무진 여학생이 있고, 코로나19, 이 시국에도 가방 하나 들고 뛰어 들어가는 듬직한 젊은이가 있으니 이래저래 잘 버티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고, 점점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파견하는 일은 어려워졌다.
 
이런 약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실은 희망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불어를 하는 젊은이를 파견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우리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젊은이를 고용하는 일이다. 과연 그런 젊은이가 있을까? “네, 있습니다.” “찾았습니다.” 이웃나라 코트디부아르의 펠릭스우푸에부아니 대학교 경제경영대학 대학원 석사과정에 한국학 전공과정이 있다. 올 3월 그곳 출신 졸업생 한 명이 자신의 고향 부르키나파소로 돌아와서, 국경없는 교육가회의 정직원이 되었다. 
 
펠릭스우푸에부아니 대학교는 코트디부아르 초대 대통령 이름을 딴 이 나라 최고의 명문이다. 여기에 한국학 전공과정이 개설된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서아프리카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세네갈 정도였다. 한두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데, 이렇게 전공과정이 마련되어 있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씨앗형 사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학 교육 인프라가 취약한 해외 대학에 한국학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펠릭스우푸에부아니 대학교는 2016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 한국학 씨앗형 사업’에 지원을 했고, 당당히 선정되었다. 이에 2017년부터 사업지원비를 받아서 한국학 전공과정을 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1978년 한국학의 진흥과 민족 문화의 창달을 목표로 창설되었다. 이후 우리 민족이 축적해 온 문화와 전통을 연구하고 학문 후속 세대를 양성해 왔다. 안병욱 원장님의 말에 따르면, “한국학은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한국인이 세계와 만나고 소통하면서 이룩한 성취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학은 우리의 것인 동시에 세계 지식의 일부를 구성하는 학문이며, 고유한 가치와 보편적 가치를 함께 발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로 해외 한국학을 진흥시키기 위해서 한국학자 연구 지원 및 해외 유수한 대학들을 한국학 중핵 대학으로 선정, 지원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도움으로 아프리카에 한국학의 씨앗을 내렸다. 그 씨앗의 주인공들은 대한민국을 만나고, 배우고, 그리고 우리와 함께 아프리카의 미래를 위한 일꾼이 되고자 한다.

/고선윤 국경없는 교육가회 홍보이사·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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