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하기가 짝이 없는 일이 익산 일가족 사망 사건 현장에서 벌어져 출동했던 소방관들이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격무에 다른 각종 질환을 대부분 앓고 있는 소방관들의 복지에 더욱 신경써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익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익산 모현동의 한 아파트 일가족 사망 사건(6일 오후 5시30분경)의 유일한 생존자인 A씨(43)가 소방관의 판단 착오로 사건 현장에서 약 1시간 동안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쓰러져 있던 일가족 4명(A씨(43), 아내 B씨(43), 두 자녀)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이들 모두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 이에 모두가 사망했다고 판단한 구급대원들은 현장을 경찰에 인계한 뒤 복귀했다.

이후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폐쇄했지만 이내 곧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망한 것으로 보고받은 A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현장 감식을 위해 출동한 과학수사대가 뒤늦게 확인한 것이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대가 도착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이 시간 동안 사건 현장에서 방치된 셈이다. 경찰 신고를 받고 다시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A씨는 출혈이 심해 위독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집중 치료를 받아 많이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같다보니 고의냐, 아니면 미필적 고의냐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경찰은 전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 6명을 모두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한 차례 마친 상태이며, 이들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저녁 이 가족의 아버지인 A씨(43)가 첫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가족들을 살해했다고 시인했다. A씨는 6일 익산시 모현동 자택에서 자신의 아내와 자녀 2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육안으로 검시한 구두 소견에 따르면 A씨의 아내는 심한 출혈로, 아들과 딸은 질식으로 죽음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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